어릴 때 내 꿈은  -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녀셕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흙이 되고 싶어요.

Posted by 쿨쿨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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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급 한생명 살리기 공문이 처리되었나보다.

 

결국 우리반에 후원아동의 신상이 날아왔다.

 

2006년에 태어난 양가웨이라는 시에라리온 아이다.

 

우리반 아이들이 한달에 3만원씩 모은다고 했는데

 

과연 얼마나 모을런지 모르겠다.

 

첫달은 내돈 들어가는게 꽤 많을듯하다.

 

어찌 아이의 사진을 환경게시판에 붙여두었는데

 

아이들사이에서 관심은 있는 것 같다.

 

동봉되어온 팜플렛을 보니 여러가지 활동이 가능할 것 같다.

 

먼저 이 아이에게 보낼 영어편지를 써보자고 했는데

 

3명정도가 해왔다.

 

사실 아이들 입장에선 영어편지가 어려울 것이다.

 

엄마들이 영어학원에 돈을 그렇게 가져다 부었지만

 

아이들이 영어를 활용하는 기회마저 지나쳐버릴만큼 지쳐있나보다.

 

어쨌던 우선 편지를 보내보고 나서 답장을 기다려봐야겠다.

 

 

Posted by 쿨쿨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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