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7011031551&code=940401
아래는 정서현양이 보낸 공개편지 전문
TO. 맥도날드 조 엘린저 대표님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서울 흑석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6학년 정서현입니다. 얼마 전부터 학교 옆에 공사장 울타리가 둘러져 있기에 무슨 일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아침마다 등교 시간에 학부모님들께서 피켓을 들고 계시고, 학교 옆에 여러 가지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무슨 일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통학로인 동작구 흑석동 9-78에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24시간 영업점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쓰기 위해 인터넷에 맥도날드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검색해 보았더니 ‘맥도날드는 2013년 12월, 지난 2006년부터 운영해온 ’로날드 맥도날드 어린이 축구교실‘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기부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부와 한국 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13년 제2회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의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고 뜨더군요. 그동안은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이런 투자를 해주셨는데, 우리 학생들의 안전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단순히 우려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내일 아침에도 주유소, 크리스피도넛 드라이브 스루, 모델하우스 현장 곳곳에서 녹색어머니회 어머니들이 우리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사고가 빈번히 일어납니다. 저도 실제로 이곳에서 다칠 뻔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위험하다 느끼는 이곳에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24시간 영업점이 들어오게 된다면 더더욱 위험해질 것입니다.
며칠 전부터 주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 후배들이 등교하는 통학로에 공사차량이 왔다 갔다 합니다. 공사를 하는 차안에서는 반응이 느리고 키가 작은 저학년 후배들이 잘 보이지 않을 텐데 다치지는 않을까 많이 걱정됩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4층 교실에서 내려다 보면 공사 현장이 훤히 다 보입니다. 공사를 위해서는 중장비가 왔다갔다 할 텐데 교실에서 불과 2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위협적입니다.
또 공사를 하면 당연히 먼지가 납니다. 이 먼지들은 아이들의 코와 입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아직 어려서 기관지가 약한 아이들에게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또 소음 없이 조용히 공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공사를 통한 소음이 얼마나 수업에 방해가 되고, 수업 흐름을 깨는지는 제가 직접 경험해 봐서 압니다. 몇 년 전 지하도를 건설할 때 소음 때문에 선생님들께서는 목이 쉬셨고, TV 볼륨은 언제나 80이상이었고, 학생들은 발표할 때마다 아주 큰 소리로 발표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여름입니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라 복사열 때문에 가장 더운 4층을 제외하고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면 학생들이 받는 피해나 스트레스는 배가 될 것입니다.
건물 허가 심의 중인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는 지하 1층, 지상 2층 높이여서, 교실 3층 높이입니다. 불과 2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음식냄새를 풍기고 주문하는 소리와 틀어놓은 음악소리까지 모두 들린다면 학생들은 과연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거리도 가까워서 건물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일 텐데요. 창문을 모두 막아버리지 않는 이상 수업에 집중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우리 학교는 한강이 바로 옆에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한 편이지만 겨울에는 강바람 때문에 정말 춥습니다. 그런데 맥도날드 건물이 지어지게 될 곳은 해가 교실에 들어오는 쪽입니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면 3층까지는 해가 잘 들지 않아 겨울엔 훨씬 추울 것입니다.
우리 동네에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24시 영업점이 생긴다면 주민들과 학생들에게는 편리하고 좋은 시설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곳이 학교 바로 옆이라면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제발 우리 학교 옆이 아닌 다른 곳으로 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공사가 완공될 쯤이면 저는 졸업을 합니다. 하지만 내년에 입학할 제 동생과 귀여운 후배들을 위험에 노출시킨 채 졸업한다면 마음이 계속 불편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2014. 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