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검사를 해주면서 참으로 안타까운건 매일같이 애들이 반성만 한다는 점이다.
뭘 그리 잘못했는지...
매일 반성에 반성에 반성에... 후회에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는 죄사함을 논하는
이런 경전같은 분위기의 일기가 나는 싫다.
교사의 취향이 워낙 엽기적이다보니 절대 이런 일기를 눈뜨고 못보겠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이런전 웃기는 그림을 많이 그려넣어준다.
벌써 10년이 되어가는 옛날이지만...
교생때 그림 잘 그려줘서 애들이 무척 좋아했다.
우리학교가 교생받을 일은 없으니 내가 그려야겠지...
어쨌던 일기 내용은 과학의 날 행사로 모형항공기를 날렸는데 1초만에 추락했다는 내용이다.
1초... 참 슬픈일이지만 모형항공기가 바람이 좀 거세면 정말 날지 않는다.
어제 바람이 좀 심했기에 대부분의 기록이 거의 바닥을 쳤다.
우리반 선수 3명중 3명다 1초대이니 말할 나위가 없다.
1초의 안타까운 심정을 아무리 구구절절 말로 표현해놔도 애들에게 그리 강하게
와닿지 않을것 같아 분노하는 만화를 그려넣었다.
싸구려펜으로 그렸어도 뭐 그럴싸한 그림이 되어 일기장 주인이 매우 흡족해 한다.
뭐 이런맛도 있어야 일기 쓰는 맛이 나지 않겠어?
내가 정말 하고픈 말은 일기내용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나는 신부가 아니다.
매일같이 죄를 사하여달라고 아우성치는 초딩은 싫다.
학원에 늦어, 시험을 못봐, 게을러터져서, 게임 많이해서... 동생과 싸워...
잘못했고 안그럴꺼고 그만둘꺼고... 이런 일기 지겹다.
고해성사분위기는 정말이지 못봐주겠다.
정말이지 난... 아이들의 순수함을 갉아먹고 사나보다.
앞으로 진짜 재밌는 일기를 한번씩 올려봐야겠다.
그래도 애들이니까 점점 이야기가 흥미진진한게 많아진다.